[최민수의 상담이야기 18] 이중 메시지

부부 갈등 때문에 한 가정을 상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 가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의사소통의 패턴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은 대화 중에 청자(listener)을 혼란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화자(speaker)의 말에는 듣는 사람이 도대체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듣는 사람이 분간을 못할 뿐만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감정에 좌우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자녀가 부모에게 묻습니다. “엄마, 나 오늘 친구 집에 가서 슬립 오버해도 되요?” 이에 대한 일반적인 대답은 슬립 오버 여부를 묻는 자녀의 요청에 허락 또는 거절로 대답합니다. 그런데 이 가정의 대회는 이렇습니다. “그래. 오늘 친구 집에 가서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렴. 그런데 네가 오늘 밤에 집에 없으면 엄마는 많이 외로울 것 같아.” 그러면 엄마의 대답을 들은 자녀는 혼란을 겪습니다. 도대체 엄마가 슬립 오버를 허락한 것인지 아니면 허락하지 않은 것인지, 분간이 안 되는 것입니다. 이런 대화 속에서 어떠한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대화 방식은 역기능적인 패턴을 가진 가정에서 흔히 볼 수가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니? 원하는 것을 말해봐. 그런데 엄마는 이왕이면 네가 엄마의 말을 따라 주었으면 좋겠구나.” 

가정에서 의사소통을 시도할 때 일관되고 명확하며 일치되는 의사소통이 아닌, 말하는 사람의 대화 수준과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일치하지 않아 모순된 메시지를 전달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을 가리켜 ‘이중 메시지’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란 듣는 사람에 비해서 지위와 권력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이중 메시지가 발생하는 가정은 말하는 사람이 모순된 메시지를 전달할 때, 이를 듣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에 대해서 혼란을 겪습니다. 왜냐하면 한편의 메시지를 따르면 상반된 다른 메시지에는 결과적으로 불응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가족치료사들은 이중 메시지를 많이 사용하는 가정일수록 정서적인 융합이 일어나고, 세대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역기능적인 관계 패턴들은 점점 심화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하위 세대에 이르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는 이중 메시지가 자녀와 부모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킬 뿐만 아니라, 자녀를 지속적으로 불안 상태에 처하게 만들어서 하위 세대로 내려갈수록 정신분열과 같은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의사소통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명확하고 투명하며 일치되는 의사소통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 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말을 통해서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지 듣는 사람의 경계를 넘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말을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명확하게 이해하며 자신이 이해한 바에 따라 반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이해한 것이 정확하지 않다면 말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어느 선까지 이해했는지를 물어보는 교정작업도 필요합니다.

대화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는 중요한 통로입니다. 대화를 통해서 자신이 정서적으로 그리고 인지적으로 얼마나 건강한지 얼마나 풍성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더불어서 투명하고 일치되는 의사소통 속에서 건강한 관계가 세워질 수 있습니다.

최민수 목사
The 낮은 교회 담임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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