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의 상담이야기 24] 문제가 문제이지 문제가 사람이 아닙니다.

몇 년 전, 한국의 TV 방송에서 어느 보험 회사의 광고가 방영되었습니다. 작고 귀여운 여러 색깔의 인형들이 등장해서 먼저 자신들을 소개합니다. 인형들의 이름은 걱정인형이었습니다.

걱정인형들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경험하는 여러 걱정들을 상징하는 인형들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걱정이라 하면 추상적인 개념으로 생각하는데 인형들은 자신들이 걱정인형이라고 소개하면서 마치 걱정을 살아있는 존재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걱정인형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소개합니다. 걱정인형들의 역할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걱정들을 흡수하는 것입니다. 걱정인형들은 사람들의 걱정들을 자신들이 가져갈 테니 사람들은 걱정하지 말고 평안하게 살아가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경험하는 걱정을 자신들이 짊어지고 그 대신 사람들은 평안하게 살아가라는 이 광고의 설정은 보험회사가 표방하는 보험의 취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걱정들이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런 광고를 통해서 걱정과 사람이 얼마든지 분리될 수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들의 정서적인 어려움들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변화를 통하여 치료적인 접근을 추구하는 이야기치료(narrative therapy)에서 중요한 원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 원리는 문제와 사람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외현화(externalization)라고 부릅니다. 외현화는 사람들의 마음에 존재하고 있다는 어려움이나 문제를 외부로 끄집어내서 문제와 사람을 분리시키는 작업입니다.

이야기치료에서 외현화 작업을 할 때,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가 문제이다.”라는 것입니다. 외현화를 하기 전에 사람들은 문제가 사람들의 내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이런 관점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면, 사람들은 문제를 가진 사람, 문제가 많은 사람, 또는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으로 규정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문제에서 벗어나기 보다는 문제에 깊이 관계되어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사람이 문제의 원인 제공자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외현화에서는 문제를 사람과 분리시켜 바라보게 합니다. 그러면 문제는 더 이상 사람 내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분리된 별개의 존재로 새롭게 인식될 수 있습니다. 문제와 사람이 분리가 되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존재감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문제와 맞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외현화 작업은 사람들의 존재감을 회복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해결에도 도움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문제에 갇혀서 헤어나올 수 없었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운 과정입니다. 왜냐하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문제에 젖어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문제이지 사람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관점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과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은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의 지평을 변화시켜 줍니다. 사랑하는 자녀들을 보아도 그렇지 않습니까? 늘 지각하는 아이를 바라볼 때, 이 아이는 늘 지각을 하는 아이로 보았는데, 지각과 아이를 분리해서 바라보면 아이는 사랑스런 아이이며 지각은 그냥 문제로서 아이와 분리된 대상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외현화에 대한 설명은 다음 호에도 계속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최민수 목사
The 낮은 교회 담임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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